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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려온지 한 시간. 갑작스런 연락을 받고 루드 교수의 연구실로 달려온 휴렌을 기다린 것은 탁자 위에 놓인, 잠시 대기하라기는 일방적인 통보와 하염없는 기다림이었다.
  휴렌은 교수의 이런 행동이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또 최근 일을 좀 과하게 많이 해둔 여파로 간만에 시간이 텅 비었는지라 소파에 앉아 그가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다과는 알아서 꺼내먹으라는 추신은 과연 교수다운 배려라고 해야할지.

  …여전히 살풍경한 방이로구나. 처음 왔던 그 때처럼.

  이런 저런 사정으로 조금 특이한 방식으로 입학하게 되었을 때. 어머니의 추천서와 아버지의 입학금 납입 증명서를 들고 맨 처음 안내받은 곳은 학사 행정 사무실도 아닌 바로 이곳, 루드 교수의 연구실이었다. 그 때 교수는 자신이 들고 온 편지를 훌훌 넘겨본 후 입끝을 말아올리며 넌 고생 좀 해야겠군, 하고 중얼거리던게 기억난다. 그 때 이런 저런 변화에 내심 겁을 먹어 정말 벌벌 떨었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여유롭게 차와 과자를 꺼내 마시고 있다니… 시간이란 참 무서운 것이다.

  사실 다른 교수가 그런 말을 했다면 끝까지 겸양의 미덕을 지켰을 것이고, 그 전에 누군가가 음료라도 가져와 이야기 상대라도 해 주시겠지만(자의인지 타의인지는 불명이지만 이제 휴렌은 어딜 가든 아는 사람 하나는 있고 누구에게나 '동정의' 차 한 잔은 얻어먹을 정도는 되는 것이다. 하물며 루드 교수에 관련된 일이라면야), 루드 교수의 연구실에는 그런 지위의 사람이나 그에 준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루드 교수의 특이한(동의어는 괴팍한, 꼬인) 성품을 보여주는 좋은 예 중에 하나는 개인 비서를 한 명도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그만한 지위에 있는 교수들 중에서는 조교나 비서를 두지 않는 거의 유일한 교수다. 사회적으로는 학원의 위상을 공고히 하기 위해, 실질적으로는 보다 원활한 학사행정과 수업 연구의 양립을 위해, 묵시적으로는 서로 다른 출신의 교수들 모두의 심리의, 상식의 차이를 메우기 위해 학교는 일정 지위 이상의 모든 교수에게 학교에서 신원을 보증하는 비서가 제공된다. 그런데 루드 교수는 그런 권리를, 어떤 의미에서는 교수들간의 평등을 위해 강요되고 있는 의무임에도 불구하고 다 뿌리치고 손수 자신의 여역을 꾸려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다른 교수와 학생들을 부려먹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도 잘못된 추리는 아니겠지만.

  그렇기에 그의 연구실에서 운 좋게도 차 한 잔을 얻어먹게 된다면 언제나 그의 손을 거쳐 나오는데, 그 차의 풍미에는 그가 평소에 보여주는 면모에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깊은 무언가가 있다. 아마 그런 점이 루드 교수라는 무례한 인물에 대한 평이 학교 내외에서 절망적인 곳으로 향하지 않는 몇 안 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휴렌으로서는 지금에 와서는 이러한 분위기가 마음 편하게 느껴지는게 사실이기도 했다. 그의 행동는 어딘가 사람 위에 사람을 두어선 안된다고 강조하는 루시스가의 가풍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있어 아른한 그리움 같은 걸 느낄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갑작스럽게 부르는 것 자체는 왕왕 있는 일이지만, 오늘은 왠지 이상한 예감이 드는데….

  휴렌은 왠지 모를 불안에 몸을 떨었다. 딱히 점에 재능이 있거나 천리를 읽을 수 있거나 하는 것은 아지만 좀 더 본질적인 영역… 한 인간이요 생명으로서 위기감을 느낀달까, 그런 느낌이었다. 루드 교수의 취향은 난데없이 나타나거나 뜬금없이 큰 일을 맡겨 상대를 당황하게 만든 후 그 독기서린 세 치 혀로 가지고 노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여유롭게 차나 마시고 있다니, 뭔가 굉장히 불안한 예감이…?

  덜커덩 문이 열렸다. 그 소리에 휴렌의 상념도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지금부터는 긴장할 순간인 것이다.

  "오늘은 덥구만. …뭐하고 있나 학생회장. 교수가 직접 차를 우려먹을 때까지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을 셈이냐. 얼른 내놔라, 차가운 걸로."

  역시나. …3분 내로 얼음부터 구해오는게 오늘의 첫 고비인 듯하다.





2.


  휴렌이 2분만에 구해온 얼음으로 만든 냉차를 시원하게 들이킨 교수는 평소와는 다르게 말이 없었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기에 그는 왠지 모르게 불안해졌다.

  "교수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교수는 휴렌을 힐끗 쳐다보더니 시선을 스윽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음? 아니, 잠깐 생각할 게 있어서 그런다. 요즘 왠 날파리들이 그렇게 많이 몰려드는지. 개학한지 얼마나 됐다고."

  날파리…? 휴렌은 고개를 갸웃했다.

  교수는 말없이 음료를 쭉쭉 들이켰다. 잔이 바닥을 드러내자 얼음까지 우걱우걱 씹어먹었다. 얼음까지 떨어진 후에는 다시 입을 다물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눈치였다. 그러다 달력을 보면서 손가락을 꼽아보면서 고개를 몇 번 끄덕였다.
  그는 잔을 내려놓고 휴렌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입가에는 심술궂은 미소가 걸려있었다.

  "오늘은 쇼핑 좀 해야겠다. 따라와라."

  언제나의 그다운 간략한 설명이었다. 휴렌은 그 맥락없는 화법과 심술궂은 미소에 내심 조금 안심하고 마는 자신에게 쓴웃음을 지었다.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쇼핑… 이라고 하셨습니까? 어디로 무얼 구하러 가시기에. 평소처럼 주문만 하시면 뭐든지 가지고 올 텐데요."

  이 인근에서는 루드 교수의 주문이라면 황제의 턱수염이라도 뽑아올 기세로 울면서 달려올 것이다.

  "수도로 갈 거다. 이곳저곳 많이 다녀야 할테지."

  이야기를 듣고 그는 잠시 손을 꼽아보았다.

  "그럼 마차를 전세할까요? 지금 시간대라면 아마 학교 마차로 10분 내로 출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됐어, 귀찮게시리." 교수는 고개를 젓더니 뒤쪽의 책장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엉망진창인 책더미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며 대답했다. "여길 봐라 휴렌. 하나 둘 셋."

  "네?"

  그리고 그는 정신을 잃었다.





  웅성웅성. 와글와글.

  휴렌은 벽 너머로 무수한 인파가 지나가는 소리에 눈을 떴다. 아득하던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하면서 맨 처음 느껴진 것은 냄새였다. 익숙한 듯 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냄새. 어렸을 적 곧잘 숨어들어가곤 했던 고향 상단의 창고에서 맡았던 것 같은 냄새. 같은 종류의 물건이 한가득 늘어서있을 때 느껴지는 냄새. 하지만 그런 곳에서 으레 느껴지기 마련인 쾌쾌한 먼지내 대신 왠지 모를 상쾌한 향기가 섞여있어 기분 좋게 느껴지는 그런 냄새였다.
  그는 그 상쾌한 향기에 이끌려 서서히 의식을 차렸다. 곧 안감과 장식을 아낌없이 쓴 편안한 소파 위에 몸을 누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몇 번 머리를 흔들어 어슴프레한 촛점을 맞추자 눈 앞에는 형형색색의 옷과 장신구, 구두와 가방들이 끝없이 들어선 것이 보이고, 그 진열대의 틈 사이로 끊임없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무리가 보였다. 잘은 모르겠지만 어느 사이 무슨 옷가게에 와있는 모양이었다. 상품의 질이나 가게의 규모, 창박의 인파로 보건데 아마도 수도의… 수도의?

  휴렌은 몸을 일으켜 창밖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수도의 대로가 확실한 풍경. 어딜 봐도 학교 사람들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인파. 아직 정오가 되기 전의 햇살. 그렇다면 교수의 연구실에서 여기까지 도대체 얼마만에 도착했다는 것인가. 아무리 넉넉히 잡아도 이건….

  "학생, 이제 깨어났나."

  그 때 뒤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사람이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던 휴렌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이마가 조금 넓고 아무렇게나 난 수염을 그대로 내버려뒀다는 느낌의 남자가 책상 위의 무언가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저, 실례합니다… 여기가 어딘지…?"

  남자는 휴렌은 품안에서 담배를 꺼내서 꼬나물고는 휴렌은 보지도 않은 채 대답했다.

  "내 작업실. 그 망할 자식이 널 데리고 왔더군." 그는 한쪽으로 고개를 까딱거렸다. "깨어났으면 그만 나가봐. 기다리고 있으니까."

  휴렌은 한숨을 내쉬었다. 척하면 척이다. 피해자는 피해자끼리 통하는 것이 있다.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그럼…"

  휴렌은 사내의 등 뒤로 꾸벅 인사를 하고 그를 방해하지 않도록 조심스레 지나갔다. 그러다 자연스레 사내가 보고 있던 것에 눈이 갔다, 자기도 모르게 멈춰서고 말았다.

  "그건… 듀크 가의?"

  남자는 처음으로 흥미가 동했다는 듯 뒤돌아보았다. 그의 눈에 이채가 띄었다.

  "그걸 알아채다니, 재미있군. 그 그림을 본 적 있나?"

  휴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가 보고 있는 것은 색색의 잉크로 그려진 옷본, 옷의 컨셉 디자인과 그 디자인을 마네킹 위에 대략적으로 구현해 놓은 것이었다. 남자는 휴렌이 디자인이 아니라 디자인의 기원이 된 그림을 알아차렸다는 점을 깨닫고 흥미를 보인 것이다.

  "그 잿내나는 털고양이가 아무리 값을 불러도 콧방귀만 끼더니 어느 사이 누군가에게 넘겨버렸다는 소문만 무성하지. 도대체 어느 연놈한테."

  남자는 담배를 손에 들고 쯧, 하고 짧게 혀를 찼다. 휴렌은 쓰게 웃었다. 만난 적도 없는 사람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다니, 그는 아마 휴렌이 아닌 사람들 중 호방하기로는 아마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것이다. 무엇보다 그 그림은 지금…

  "…소재에 문제가 있는 겁니까?"

  그 이야기를 꺼냈다가는 아무래도 일이 어려워질 것 같은 느낌이 든 휴렌은 눈에 띄는 다른 부분을 손으로 가리켰다.
  남자는 다시금 혀를 찼다.

  "맞아. 하다하다 안 돼서 고래심줄이라면 혹 될까 싶어 최근에 잡힌 큰 놈을 비싸게 쳐서 가져왔는데, 안되더군. 결국 버티질 못해."

  디자인화에는 이미적으로 옷 전체를 '잡아서 당겨주는' 부분이 있었다. 그것이 마네킹 위에서는 전부 따로따로 흩어져 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모여주는 부분은 몇 번이고 다시 작업한 흔적이 엿보였다.
  튼튼한 것, 질긴 것을 상징하는 말로 자주 등장하는 쇠심줄, 고래심줄. 속설에까지 기대봤다면 이미 웬만한 재료는 다 시험해보았다는 뜻이리라. 남은 재료라 하면 금속류 정도겠지만 금속류의 경우 인장력, 그러니까 잡아 당기는 데에는 강하지만 결국 늘어나버리는데다 전단력, 끊는 힘에는 약해서 일정 수준 이상 충격이 반복되면 끊어져버리고 만다. 결국 일반적인 소재로는 무리라는 이야기. 그렇다면…
  휴렌은 잠시 생각하다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남자에게 보였다.

  “이건 어떻습니까?”

  그것은 학생회에서 만든 비상연락용 액정 패널, 정확히는 그 액정 패널에 달린 고정끈(Strap)이었다. 남자는 그것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곧 휴렌의 손에서 패널을 낚아채 끈을 풀어냈다. 그리고는 힘을 다해 당겨보고, 물어뜯고, 급기야는 칼집까지 내려고 시도해 본 다음에야 끈을 내려놓았다.

  “이거 무슨 끈이냐? 어디서 났어?”

  “아, 이번에 저희 학교 화학반에서 만들어낸 물건입니다. 어느 검은 액체를 원료로 실을 뽑아낸 물건인데 생각 이상으로 품질이 좋아서 인기지요. 현재 하이리워드 공인 소규모 사업체로서 독립 사업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구체적인…”

  “됐어 됐어 그런건 다 필요없고. 이거 얼마나 생산 가능하지?”

  휴렌은 한숨을 내쉬고 남자가 원하는대로 설명을 간략하게 줄였다.

  “이 정도 내시면,” 휴렌은 손가락을 펼쳐보였다. “이 정도입니다.”

  “좋아! 전부 주문, 3개월 생산분 모두. 난 품질만 보장되고 시간만 안 어기면 돼. 그 정도는 지킬 수 있겠지?”

  “물론입니다. 언제까지 어디로?”

  “일단은 여기로. 주문과 계약과 결제, 물건은?”

  “소규모 창업 연합회와의 협의에 의거 모든 계약에서 제가 전권대리인으로 계약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샘플은 빠르면 내일까지. 선도금은 학교에서 대신 지급하는 걸로 해서, 요컨대 실수령 후 후불로…” 휴렌은 남자의 표정을 보고 또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계약은 상인으로서 자랑스러워할 만한 계약이 아닌데. 하지만 그는 항시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할 줄 아는 남자, 곧 주변의 종이와 잉크로 즉석에서 계약서를 써내려갔다. 속기법 정도의 생존(survival) 기술은 옛저녁에 익혀두었기에 양식은 금세 완성되었다. “여기하고 여기하고 여기, 싸인하시면 됩니다.
 
  남자는 손만 뻗어 계약서를 가로채서는 휴렌이 표시해둔 곳에 사인을 휘갈기고 던지듯 넘겨주었다.

  휴렌은 그 길로 패널을 이용해 계약 내용을 학교에 전달하고 몇 가지 주의점을 첨부하여 필요한 사람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잠시 후 최종적인 세부 내역을 남자에게 전달되었다.

  "내일 세 시까지는 여기로 성분비를 달리한 시제품 몇 가지를 가지고 오겠답니다. 향후의 구체적인 상담은 그쪽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죄송하지만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책상에 비스듬히 몸을 기댄 채 그가 연락을 돌리는 모습을 바라보던 남자는 어느새 다 타버린 담배를 아무렇게나 털어버리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너, 정말 재밌는 놈이구나. 그렇군 그렇군, 그 연놈이 데리고 다닐 만하군."

  "…알아주셔서 감사하다고 해야겠군요. 어쨌든 이만 가봐야할 것 같습니다. 너무 오래 끌었다간 아무래도…"

  휴렌은 문쪽으로 고개를 까닥여 보였다. 남자는 크게 웃으며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가지. 아무래도 나 역시 그 연놈의 피해자가 될 모양이니. 용의주도한 놈, 전부 자기 손바닥 위에서 놀아봐라 이 말이지?"

 결국 휴렌은 자신의 등을 툭툭 떠미는 남자와 함께 문 밖으로 나섰다.
 



  수도의 화려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옷가게, 꽃송이와 꽃잎과 꽃대가 모두 모여 한 송이 꽃의 아름다움을 완성하듯 정돈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가게의 한 켠에, 그 남자는 마치 이물질같은 이질감을 자랑하며 앉아있었다. 더불어 바닥을 들어낸 냉음료로 공기와 녹은 물을 빨아들이는 소리를 내고 있는 그 모습은 어떤 의미에선 작업을 다 마치고 자신의 이름을 적는 장인과도 같은 완성미가 있었다.
  루드 교수는 두 사람을 향해 웃음을 지었다.

  "마크, 마콥스 제이크. 여전히 수염은 안 깎고 사는군."

  "하하, 이게 얼마만인가 루디! 미리 연락을 했으면 소금을 아주 그냥 자루째 쏟아부었을텐데. 꺼져!"

  "주문해놓은 옷 주면. 사실 너한테 주문하지도 않았잖아. 난 까미유에게 부탁했어."

  "그걸 핑계라고 대? 차라리 그냥 말을 해. 남 가지고 놀지 말고. 거기다 마감을 한 달 반은 앞당겨놓고선 어디서 큰소리야?"

  교수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자주 듣는 이야기야.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슬슬 포기할 때도 됐잖아? 무엇보다 난 그저 네가 직접 결정하길 바란 것 뿐이야."

  "결정? 네가 손을 쓴 시점부터 이렇게되는 건 이미 정해져있었던거나 마찬가지지. 그리고 그런걸 다 포함해서 말하는데, 조금만 더 하면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 있을 거면서 언제까지 그렇게 꼬여서 살거야?"

  "이 세상의 1%만 이해할 수 있는 경지에 있다는, 더군다나 신경질적인걸로 유명한 녀석한테 그런 이야길 들을 줄은."

  남자, 마콥스는 날카롭게 웃더니 성큼성큼 교수에게 다가가 멱살을 잡아올렸다.

  "차라리 미워하게 해줘. 질질 끌지 말고. 꼬리치는거야 뭐야."

  "거기까지 꼬이진 않았어. 우리 이야기는 그쯤 해두지 그래? 오늘은 이녀석 때문에 시간이 별로 없어."

  교수의 능글능글한 얼굴에 남자는 질렸다는 표정을 젓더니, 곧 그를 의자로 내팽개쳤다.

  "흥! 언제나 도망치는 것만 능숙하지. 야, 이리와. 귀하신 분께서 시간이 없다신다. 까미유, 잠깐 같이 좀 가지."

  "맞아. 휴렌 조심해라. 그 녀석 남자가 취향이라더라."

  "루디!"

  "아아, 여기 냉커피 한 잔 더."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두 사람의 대화에 휴렌은 솔직히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다. 한 쪽은 화를 내고 한 쪽은 무례한 그 모습이 미묘하게 균형을 이룬다는 느낌은 어렴풋이 받을 수 있었지만.
  루드 교수는 그런 휴렌의 속마음과 남자의 짜증은 안중에도 없다는 양 여전히 까불댈 뿐이었다. 남자는 그 태연한 모습에 이를 갈면서 괜시리 옆에 있는 휴렌의 목덜미를 집어들고 탈의실로 질질 끌고들어갔다.



  30분 후.

  "이제야 각이 좀 잡혔군."

  콧방귀를 끼는 마콥스의 뒤에서 부끄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쭈뼛쭈뼛 걸어오는 휴렌을 보며 교수는 가볍게 휘파람을 불었다.

  "그야 이정도 수준의 옷을 걸치고 있으니까요…."

  "우리 손을 거치면 이정도는 나와야지. 설사 마감을 그렇게 당겼다고 해도 말이야."

  휴렌은 말그대로 머리 끝부터(헤어 스타일) 발 끝까지(신발) 완전히 바뀐 모습이었다. 그가 그렇게 패션에 어두운 사람인 것은 아니지만 이 경우 비교 기준이 다르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훗날 그 옷을 입은 휴렌을 본 무아는 이렇게 표현했다. 찬장에 놓여있던 크리스탈 잔에 물을 담아 햇살이 비치는 창가에 내려놓은 느낌. 그것을 통과한 빛이 흔들리는 모습이 잔과 잔에 담긴 물의 본래 모습이라고 한다면, 그 빛이 되도록이면 더 아름다울 수 있도록 세심하게 내려놓은 듯한 옷이었노라고.
  모르고 본다면 알 수 없지만 주의깊게 바라본다면 내려놓는 위치, 햇살이 들어오는 각도, 잔이 놓이는 틀의 표면, 옮겨놓는 손놀림까지 배려가 되어있음을 알 수 있는 그런 느낌의 정장이었노라고.

  "뭐야, 불편해? 지금 네 몸에 딱 맞춰서 만든 거라 그럴 리가 없어. 누가 손을 봤다고 생각하는거야?"

  남자가 자신만만한 태도로 눈을 반쯤 뜨고 휴렌을 흘겨보았다.

  "아, 아니요. 그게… 이 정도로 편한 옷은 처음 입어본데다… 이런 모습은 처음이라, 안 익숙해져서… 그, 그나저나 마크… 마콥스 씨. 그런데 마콥스 씨 브랜드에서 남성복도?"

  남자는 휴렌의 말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정장만 만드는 소리 하고 있네. 너 이쪽에는 별 관심 없는건 알겠다만 그거 나한테 있어서 상당히 무례한 이야기라는 거 아냐?"

  "…실례했습니다. 그나저나 교수님, 그나저나 이 옷은 대체…"

  루드 교수는 불편한 얼굴로 옷깃을 매무만지는 휴렌을 보며 능글능글 웃기만 할 뿐이었다.
  남자가 대신 대답했다.

  "루디가 주문해놓은 옷이야. 자기 사이즈도 아닌 옷을 맡긴다 싶었더니… 확실히 모델이 좋으니 옷도 사는군."

  교수는 빙그레 웃었다.

  "업계 종사자가 하는 발언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 않나. 뭐, 이 정도면 마을 돌아다는데 부끄럽지는 않겠지."

  "말은. 직접 한 번 보시지 그래."

  "어디. …타이가 좀 삐뚤어졌군."

  교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성큼 휴렌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그리고 휴렌이 어어어? 하는 사이 턱을 밀어올리고 목덜미 부근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휴렌은 자기도 모르게 뺨이 붉어지는 걸 느꼈다.

  "너도 아직 안되겠군. 진짜 문제는 여기, 가슴 쪽이지. 까미유?"
 
  남자가 손짓을 하자 한숨을 내쉬며 그들의 만담을 지켜보고 있던 여성이 옆에 놓였던 섬세한 꽃 장식을 휴렌의 가슴에 꽂아주었다.
  남자는 드디어 만족스럽다는 듯 시원스럽게 웃었다.

  "장식은 서비스로 해주지. 루디가 자랑할 만 해… 그야말로 꽃피는 남자. 매력적이군."

  자신을 세워놓고 품평회를 하듯 이리저리 둘러보고 어루만지는 두 사람 사이에서, 휴렌은 그저 얼굴을 붉힌 채 얌전히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휴렌은 필사적으로 말 한마디를 짜냈다.

  "저… 마콥스 씨, 까미유 씨. 감사합니다. 저, 이런 멋진 옷은 처음으로 입어봐요."

  휴렌의 진심어린 목소리에 두 사람은 말없이 웃을 뿐이었다.

  "그럼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군. 마크, 까미유. 이 녀석과 볼 일은 대충 끝났지?"

  마크와 까미유는 서로를 쳐다보았고, 까미유는 품에 든 서류를 슬쩍 들어올려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교수는 이해했다는 듯 머리를 몇 번 끄덕이더니 휴렌 쪽을 향해 섰다.

  "됐군. 마크, 까미유. 다음에 내가 좋은 곳에서 저녁이라도 대접하지. 휴렌?"

  "네?"

  "하나 둘 셋."

  그리고 그는 정신을 잃었다.





3.

  …그 이후로는 휴렌에게는 비슷한 일이 쭉 반복되었다. 정신을 잃었다가 난생 처음 보는 곳에서 정신을 차리면 거기에는 꼭 누군가가 있었고, 휴렌은 매번 어떤 식으로든 엮여 들어가게 되었으며, 성격상 그냥 지나치질 못해서 어떻게든 유무형의 무언가를 주고받았고, 그러면 모두들 쓰게 웃으며 자신에게는 감사의 인사를, 차가운 음료를 손에 든 교수에게는 적당히 좀 하라는 쓴소리를 했다. 그 다음에는 교수의 신호와 함께 의식을 잃어버리면서 다시 처음으로. 그것은 때로는 화려한 궁전 같은 곳이기도 했고, 때로는 거대한 상단의 사무실 같은 곳이기도 했으며, 때로는 장엄한 신전 한 켠의 복사실(服事室)이기도 했고, 끊임없이 무언가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이지적 분위기의 연구실이기도 했다.
  그는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두 번, 세 번 반복되자 나중에는 결국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었다.

  그렇게 몇 군데나 돌아다녔을까. 어느 사이 해가 지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몸과 마음의 허기를 달래는 향기를 쫓아 식당으로 찾아들 즈음, 그는 대로 옆에 놓인 어느 벤치에서 눈을 떴다.

  "으음…"

  "음, 깨어났나."

  루드 교수는 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휴렌 바로 옆에 앉아 있었다. 다만 이번에도 얼음이 들어간 음료를 들고 있는 모습은, 그 나이를 생각하면 과연 그래도 되는 것인지 아닌지. 건강이라는 면에서도, 체통이라는 면에서도.
  휴렌은 횟수를 셀 수도 없는 한숨을 내쉬었다.

  "밥도 안 드시고 찬거만 드시면 속 상하십니다."

  "남이사. 너도 지나치게 자주 졸도했다간 일시적인 기억 상실이나 영구적인 뇌 손상이 올수 있다는 걸 유념해라."

  "최소한 '일시적인'과 '영구적인'의 위치는 바꿔주시면 좋겠는데요…. 결국 오늘은 도대체 무슨 목적이신겁니까? 교수님 손에 들린 음료가 목적이실리는 없잖습니까."

  "네가 눈치채지 못했다는건 전혀 놀랍지 않지만, 앞으로의 전개를 생각하면 슬슬 상품 선전은 그만하고 쇼핑에 나서야겠군. 이번 목적지는 저기다."

  "…밥부터 해결하는 겁니까."

  입을 삐죽이는 교수를 뒤쫓아 휴렌도 가게로 향했다.
  밀가루 반죽과 설탕 익는 향기가 나는 작은 빵집으로.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딸랑딸랑-하는 맑은 방울 소리가 들렸다.
  상인의 피를 이은 휴렌은 자기도 모르게 가게 안 이곳저곳을 살펴보고 마음이 편해지는 걸 느꼈다. 직업병이랄까 유전병이랄까, 그는 아무래도 상점에만 가면 그곳의 분위기에 민감해지는 버릇이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이 가게는 수도라는 걸 고려해도 보기 드문 좋은 가게였다.
  선반과 창틀은 구석구석 세심하게 닦여있고 가게 전체의 배치는 환기와 고객의 동선, 시선을 메뉴얼같은 것이 아니라 경험과 정성을 토대로 배치한게 분명했다. 매장의 분위기를 보건데 요식업계 최대의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식품 위생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심지어 지금의 청명한 종소리는 분명 매우 높은 빈도로 청소를 했을 때만 날 수 있는 맑은 소리다. 운영하는 사람들의 인품과 성의를 보여주는 좋은 증거였다.
  소리를 듣고 인자하게 생긴 중년 남성이 카운터 안쪽에서 걸어나왔다.

  "어서오십시오. 아아 선생님, 간만에 오셨군요."

   남자의 반갑다는 얼굴에 교수는 휴렌으로서는 황당할 정도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간만에 뵙습니다. 여전히 냄새가 좋군요. 장사는 보지 않아도 알겠습니다. 순풍만범이올시다."

  "하하 여전히 말씀이 어렵습니다. 그럭저럭 먹고 살고 애 학교나 보낼 정도지요. 그래, 오늘은 어떤 걸로 하시겠습니까?"

  "저야 주인과 여주인의 솜씨에는 여지껏 감탄하지 아니한 때가 없습니다만, 이녀석은 어떨지 한 번 물어봐야겠군요. 잠시 둘러봐야겠습니다."

  가게 주인은 휴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잠시 놀란 얼굴을 하더니 곧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허- 말이 안 나올 정도로 멋진 청년입니다. 실례지만 그리 닮지는 않으신게, 조카분 되십니까?"

  평소와는 전혀 다른 교수의 모습에 놀라 황망히 사태의 추이만을 바라보던 휴렌은 갑자기 자신에게 화살이 돌아오자 순간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저, 그게…"

  그 때 교수가 태연하게 끼어들었다. "그렇습니다. 제 자랑거리라 할 수 있지요."

  "네?" 휴렌이 경악하는 모습은 안중에도 없는 듯 그는 거침없이 이야기를 계속했다.

  "좀 쑥맥인 것만 고치면 당장에 장가라도 보내련만, 영 좋은 혼처가 없으올시다 그려."
 
  "허허. 어느 집 영애분이 모셔갈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집에 큰 복이겠습니다."

  "주인장께서 원하신다면 오늘 빵값 대신으로 넘겨드려도 좋습니다?"

  "반쯤 진담으로 들립니다? 허허. 저희 빵 평생 공짜 정도가 아니면 값이 안맞겠습니다."

  "어이쿠, 두 분 솜씨면 오늘은 제가 돈 벌어가는 셈이 됩니다만?"

  주인이 크게 웃으며 손뼉을 쳤다.

  "하하. 그렇게 치켜올리셔도 아무 것도 안 나옵니다. 오늘은 당췌 누가 장사를 하는지 모르겠으니. 조금만 더 하시면 이거 가게가 홀라당 넘어가버리겠습니다?"

  교수가 쿡쿡거리며 슬쩍 잔을 넘기는 흉내를 냈다.

  "그럼 가게 끝나시고 한 잔 어떻습니까? 본격적으로 값 좀 붙여봐야겠습니다."

  "하하. 선생님 오시면 그 날 매상이 다 술값으로 깨지는 거 아십니까? 흥정나면 제가 호되게 깎을겁니다?"

  두 사람은 신이 나서 장사는 뒷전으로 어디 술이 좋다, 어디 안주가 좋다 이야기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휴렌은 졸지에 방치된 신세가 되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 있었다.
 
  바로 그 때였다.

  "당신, 그리고 선생님. 젊은이가 곤란해하고 있어요."

  카운터 뒷편에 있던 문이 열리면서 한 여성이 나오며 두 사람을 책망했다. 그러자 두 사람은 일시에 입을 다물었다. 덩달아 휴렌 역시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 인상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휴렌으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알고있는 것은 왜 그의 볼이 이렇게 붉어지고 있는지, 어째서 지금 이 여성의 얼굴을 넋놓고 바라보고 있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다는 그 점 하나 뿐이었다.
  여름의 햇살 아래에 놓인 구슬을 통과한 빛을 도화지 위에 사실에 가깝게 그려낼 수 있다면, 그림 자체가 아니라 그림을 통해서 떠올릴 수 있는 머리 속의 광경 때문에 아름답게 보인다고 한다면… 분명 그 그림처럼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미안해요 학생. 우리 그이 때문에 곤란했죠? 이 사람, 선생님만 오면 성격이 이상해져요."

  묘하게 느린 듯한, 한없이 침착한 그 어조와 담담한 미소에 휴렌은 겨우 자신이 답을 해야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네, 네… 감사합니다."

  대답을 하고도 휴렌은 제자리에 못박혀 움직일 줄을 몰랐다. 그러자 여주인은 제각각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딴청을 피우는 두 사람을 지나쳐 휴렌의 바로 앞까지 다가오더니,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제 얼굴에 뭐가 묻었나요?"

  "예? 아, 아뇨! 아닙니다. 그, 그게…"

  휴렌은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치며 시선을 돌렸다. 엉겁결에 대답을 하고 나서야 자신이 뭔가 말해야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필사적으로 대답을 찾다 아, 하고 무언가를 깨달았다.
  아아, 그렇구나.

  "그게… 제가 좋아하는 사람과… 어딘가 많이 닮으신 것 같아서…"

  어딘지 모르게 투명한 그 모습이… 라고는 말하지 못했다.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가 사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여주인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다 포근한 미소를 지으며 휴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머, 고마워라. 말에 능숙한 청년이군요. 저는 이 가게의 여주인이에요. 학생은?"

  "휴, 휴렌 루시스라고 합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다는 것이 나이와는 어울리지 않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휴렌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한없이 부끄러울 뿐이었다.

  "예쁜 이름이네요. 만나서 반가워요."

  새빨갛게 잘 익은 휴렌의 얼굴을 보며 여주인이 쿡쿡거리기 시작하고 나서야 주인장도 무슨 반응을 보여야한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었다.

  "오, 오늘은 파스츄리와 번이 참 잘 됐습니다. 어디 한 번 드셔보시겠습니까?"

  "휴렌. 남의 집 부인 얼굴 뚫어져라 쳐다보지만 말고 얼른 빵을 골라봐라. 애들한테 일러바치기 전에."

  "아, 예, 예? 아, 빵! 골라야죠 빵!"

  "어머, 천천히들 골라요."

  남자 삼인방의 허둥대는 모습을 보며 여주인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다시금 쿡쿡거리며 웃었다.



 


  결국 스승과 제자는 봉투 한가득 빵을 채워넣었다. 서비스로 더 넣어준 부분도 있긴 했지만 어찌됐든 오늘 하룻밤 내로 다 먹을 수 없는 양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교수는 물끄러미 제자를 쳐다보았다. 빵 봉투의 8할은 네가 채웠으니 네가 다 먹겠지, 그런데 돈은 내가 내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그 강렬한 눈빛에 제자는 몸도 돌리지 못하고 시선만 최대한 딴 곳으로 돌렸다. 교수는 눈을 부라릴 때마다 휴렌이 미묘하게 꿈틀, 꿈틀 반응하는 걸 보며 피식 웃더니 계산을 마친 빵봉투를 넘겼다.

  "주인장,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오늘 이야기, 진지하게 생각해보셔도 좋습니다?"

  "하하하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다음에 술이나 한 잔 하십시다. 안녕히 가십시오."

  "당신, 술은 안돼요. 선생님도 몸생각 하셔야죠. 그리고 조심해서 돌아가요, 말에 능숙한 청년."

  교수가 재빨리 휴렌의 옆구리를 찔렀다.

  "네?! 네… 오늘은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실례 많았습니다…."

  "자자, 시간없다. 한눈팔지 말고 얼른 가서 마차나 좀 잡자."

  또 얼굴이 붉어져 자리를 떠날 줄 모르는 휴렌을 내버려두고 교수는 문을 향해 걸어갔다. 휴렌은 앗차 싶은 마음에 얼른 인사를 하고 황급히 교수를 앞질러 문을 열었다.
  휴렌과 교수가 엇갈리는 바로 그 때, 교수는 이제사 생각났다는 듯 몸을 돌렸다.
  딸랑하는 방울 소리가 나는 것과 동시에 휴렌은 교수가 무슨 말을 하는지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사장님, 사모님."

  순간 많은 것을 짐작한 휴렌은 그날 그 어느 순간보다도 경악했다.





4.

  돌아올 때는 평범하게 마차를 탔다.
  두 사람은 모두 말이 없었다. 말없이 서로 반대쪽 창밖으로 흐르는 도시의 야경과 밤하늘을 올려볼 뿐이었다.

  결국 그 침묵을 깬 건 교수쪽이었다. 그는 봉지를 뒤적여 빵 하나를 꺼내 휴렌 쪽에다 대고 흔들어보였다.

  "현 사장 부부는 좋은 사람들이지. 평범한 중년 가정, 이 시대의 양심. 빵도 맛있고."

  "……"

  휴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교수는 빵을 봉투에 도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얼마간 창밖을 바라보다 툭 말을 던졌다.

  "너, 졸업하고 나면 어떻게 할거냐."

  휴렌은 고개를 조금 돌렸다.

  "…일단 고향으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교수는 웃었다.

  "갈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애끓는 사람들이 많아서."

  "……."

  "네 유명세는… 학생회장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아마 네 생각보다는 훨씬 크다. 의외로 아는 사람은 적지만 물밑에서는 그렇지도 않지. 벌써부터 이런 저런 경로를 통해 학교에 접촉을 시도하는 자들도 제법 될 정도니."

 "……."

  "지금은 좀 조용해도 조금만 지나면 자기들 쪽으로 오라고 손짓발짓해가며 너를 귀찮게 굴거다. 몇몇은 적당히 거절해버려도 아쉽다 무례하다 소리만 듣고 끝날 것이고 유혹에 넘어갈지 안 넘어갈지를 결정하는 건 결국 너 자신이다만… 마음 급한 놈들, 야심있는 놈들, 그 중에서도 네가 거절할 수 없는 힘을 가진 사람들은 어떻게 할게냐. 그 사람들이 참다참다 못해서 결국 법과 권위와 가족들에게 미칠 영향력 같은 걸 틀어쥐고 너에게 선택하라고 하면 넌 어떻게 할테냐?"

  "……"

  "말도 안 된다? 답은 네가 제일 잘 알고 있을게다. 너네 가족이야 그런 거에 안 당할만큼 신망있는 사람이지만 흠집 내는 정도는 가능하지. 넌 그런 걸 못 견뎌낼 성격이고. 어디도 안 가고 학교에 남는다? 그것도 선택의 한가지긴 하지만 너나 나나 그게 답이 될 수 없다는 건 잘 안다. 학교는 학교면 되지, 너 같은 전일근무가능한 만능무보수하인 같은 녀석이 필요한 곳이 아니고 그래서도 안 돼. 하물며 상인은 유통하는 사람이다. 상가의 아들로 태어난 넌 학교에 와서 나름 이런저런걸 겪었지. 그 속에서 넌 '연구'가 아니라 그걸 써먹는데 재능과 흥미를 보였다. 우리 학교를 무슨 권력을 손에 들고 휘두르는 곳으로 보는 머저리들은 이상한 생각을 하는 듯도 하다만."

  "……그게 오늘 일과 무슨 상관인가요?"

  교수는 여전히 창밖을 바라볼 뿐이었다.

  "짐작 못한다고는 하지 않을텐데.  LVMH의 마콥스를 직접 봤을 때부터 짐작할 수 있었지 않으냐. 수도 최고의 감성이, 법이, 권위가, 이권이, 종교가, 이성이 이제 너를 알았다. 오늘 일은 협박과 압력이 자기들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바보들에게 제법 인상적인 한 방이 되겠지."

  "…전 잘 모르겠습니다."

  "정말일까. 무엇보다 네가 여기 남고 싶어도 부모님한테도 면목이 설 거 아니냐. 졸업하고도 여기 계속 남을 핑계거리가 하나 쯤은 있어야지. 그리고…"

  "그리고…?"

  휴렌은 그제서야 고개를 돌려 교수쪽을 바라보았다. 무슨 이야기를 할지 짐작도 안 간다는 얼굴로.

  교수는 고개를 돌려 휴렌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아주 묘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 학생들 중에선 그를 가장 자주 보는 휴렌조차도 처음 보는 표정. 놀리는 듯한, 장난치는 듯한, 동시에… 조금 멋쩍어하는 듯한.

  "영구취직도 한 방법이다만?"

  휴렌은 그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갑자기 머리가 멍해졌다. 지금 이 남자가 무슨 말을 했는지 머리는 이해를 못하는데 마치 몸만 이해한 것만 같았다.

  교수는 휴렌의 얼굴을 바라보다 피식 웃었다. 까칠한 턱을 매만지며 창 밖을 다시 한 번 내다보다 천천히 손을 뻗어, 휴렌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었다. 크고 거칠고, 따뜻한 손. 그리고…

  휴렌은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배를 잡고 마차 바닥을 데굴데굴 구를 기세로 끝없이, 끝없이 웃었다.

  "하하하하…! 교, 교수님. 그 얼굴, 얼굴… 하하하…!"

  교수는 무려 헛기침을 하면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흠, 이 녀석. 사람을 그렇게 놀리는 게 아니다."

  "그, 그래도…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하, 아하하하하!"

  뭐가 그렇게 우스운지 자신도 잘 모르면서도 휴렌은 정말 한없이 웃었다. 지금까지 이렇게 웃어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았다.
  교수는 헛기침을 몇 번 더 하더니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피식피식 웃었다.

  그러기를 몇 분이나 흘렀을까. 겨우겨우 휴렌의 웃음이 잦아들었다. 휴렌은 볼이 발갛게 상기된 걸로도 모자라 가쁘게 숨을 몰아쉴 정도였다. 눈에는 눈물이 다 맺혀 있었다.

  "맘껏 웃었냐. 그럼 나 이제 잘란다. 그만 귀찮게 굴고 너도 잠이나 자라. 아니면 빵이나 해결해 보든지."

  휴렌은 여전히 쿡쿡거리면서 대답했다.

  "네, 교수님. 정말이지 다음부터는 미리 말씀이라도 좀 해주십시오. 어른스럽지 못하게 이게 뭡니까."

  "그래그래 알았다. 아아, 그리고…"

  교수는 머리를 긁적이던 손을 내리다 문득 무언가가 생각난 듯 가슴팍 부근에 머물렀다. 그러다 손가락을 뻗어, 손 끝으로 툭. 툭. 휴렌의 가슴을 몇 번 두드렸다.

  "정장입은 모습, 멋지더구나. 타이가 삐뚤어진거랑 가슴의 장식만 빼면."

  휴렌의 웃음이 잦아들었다.

  "……교수님."

  "좀 많이 이르긴 하지만 졸업 선물이다. 받아둬라."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휴렌은 고개를 홱 돌렸다. 가까스로 숨을 삼켰다. 평소의 교수야 그렇다 쳐도 적어도 지금의 이런 교수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도대체 이 분위기는 무엇인가. 이런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 교수 같지 않은 교수는 도대체. 불연듯 그는 마차는 왜 이렇게 느린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른 학교에 도착하면 좋을텐데. 그에게서 한시라도 빨리 멀리 떨어지고 싶었다.
  그런 휴렌의 어깨 너머로 교수는 조용히 말을 건냈다.

  "휴렌, 휴렌?"

  "네……?"

  "고맙다. 그리고 오늘까지다."

  뭐가 고마운지, 뭐가 오늘까진지도 차마 물어보지 못하는 휴렌의 뿌옇게 흐려진 시야 너머로 이젠 조명도 거의 없어져 완전히 어두어진 밤길이 비쳤다. 조명 위로 별빛이 춤추고 있었다. 그 위로 불타오르고 있는 은하수도, 혹은 눈물에 번진 조명빛과 별빛들일 무언가도.

  그래도 휴렌은 그것이 은하수라고 믿고 싶었다. 그리고 거기에 뛰어들 수 있기를, 그래서 어딘가로 흘러가버리기를 간절히 바랐다. 되기만 한다면 저 멀리 아무도 없는 곳까지 흘러가버리기를. 몸은 무리더라도, 적어도 이 말로 못할 마음만은. 은하수를 타고 하늘로 하늘 저 편으로. 다비흐가 베가를 향해 여행을 떠나듯.

  이루어지지 못하는 소원과 눈물, 어느 말없는 사제(師弟)를 싣고 마차는 끊임없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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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만 참 낯부끄러울 마부도 포함이죠.

아마 닷새쯤 전 밤 저는 아마 처음으로 은하수를 보았습니다. 꿈에서.
그걸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요. 좀 우습지요. 진짜로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는데 꿈에서 그런 걸 보다니. 꿈 안에서도 저는 깜짝 놀랐고, 너무나도 기뻤습니다. 그간 그렇게 보고 싶었던 걸 처음으로 봤으니까요. 깨어난 지금 그것이 꿈이라는 걸 알긴 합니다만 그래도 기쁜 건 기쁘지요.
저의 별로 뛰어나지 않은 기억력에 의하면 꿈 자체는 그렇게 좋은 꿈이 아니었던 듯도 하고 악몽인 듯도 하고, 혹은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이 기억에 가치가 있다는 식으로 스스로 기억을 포장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다만 엄청나게 쫓아갔던 건 그럭저럭 분명한 것 같습니다. 나잇값도 못하고. 하하하.

이 나이가 되서도 은하수를 직접 본 적이 없다는 것이 부끄러운 것인가, 봤다는 게 꿈 속의 이야기라서 부끄러운 것인가, 아니면 그것 때문에 저도 모르게 흥분하고 있는 저 스스로가 부끄러운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그런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마치 의미가 있는 양 여러분께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부끄러운 것인가. 왜 부끄러워하는지도 짐작이 안 가는 저는 그저 계속 부끄러워 할 뿐입니다. 하지만.

하지만 부끄러워하면서도 저는 도무지 이 이야기를 안 쓰고는 버틸 수가 없습니다. 글이 이유없이 길어진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도 쓸데없는 곁가지가 많이 붙은 글을 겁나게 싫어하면서도 내용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런 내용을 쓸 수 밖에 없는 어떤 마음이 제 안에는 있습니다. 도망치고 또 도망치면서도, '좋은 의미로' 포기해야할 때임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못하고 질질 끄는 그런 마음이.
이번 화, 그런 마음으로 썼습니다. 하하.

…마감에 대한 변명은 여기까지로 하겠습니다. 그건 그렇고(뭐 임마?)

저의 얄팍한 기억력으로는 지금은 사라져서 확인할 수 없는 모 캐릭터 설정 파일에 '부모님이 수도에서 빵집을 하고 있다'라는 구절을 본듯 못 본듯. 이 편은 그 불명확한 기억과 제 머리 속에 떠오른 볼이 불그스레해진 휴렌의 넥타이를 매주는 루드 교수의 모습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거기에 마감의 지옥에서 허우적대던 당시 한 구원의 여신께서 '그러면 무례한 교수를 완결시키는 게 어때' 이런 힌트를 주신게 결정적이었지요. 그 결과는 보신 바 그대로. 후자는 제 망상이니 상관없지만, 전자가 틀렸다면 이 편 전체를 다 재구성해야하는 참극이 일어날 것입니다. 제가 두려워하는 것은 재구성해야한다는 게 아니라 설정 하나 기억 못 하다니! 이 무슨 무관심한! 하는 여러분의 반응쪽. 그러나 그 때 사태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저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흑흑. 상상만 해도 슬프군요. 또 부모님을 제멋대로 등장시켰다는 점에도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냥 접대할 때만의, 그것도 위에서의 루드 교수같은 손님을 맞이할 때의 태도라 생각해주십시오. 핫핫.

음. …설정상 휴렌은 굉장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일 겁니다. 아마도 향후 어느 분야에서 무슨 일을 하든 십년 내로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 같달까요. 들로 가면 농업혁명, 산으로 가면 산업혁명, 바다로 가면 운송혁명. 의류업에 뛰어들면 직물산업과 패션계에 일대 파란을, 현 황제 밑에서는 그런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만 핍박받는 사람들을 돕기 시작하면 시민 봉기를, 친구를 영 잘못 만나면 볼셰비키 혁명을(뭐?). 

그걸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특히나 보호자 입장에 있는 사람이라면 그 미래가 더더욱 걱정될 겁니다. 값비싼 보석일수록 들고 있을 때 부담이 가는 것이죠. 좀 강압적인 보호자라면 길을 선택해 줄 것이고(당사자로선 좀 부담스러운 선의겠지요), 좀 방임주의적인 보호자라면 자신이 길을 선택하고 거기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안내할 겁니다.

다만 루드 교수는 좀 용수철 같은 면이 있어서 말입니다. 그 어느 쪽도 마음에 안 들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 인간은 자신이 주도권을 잡길 좋아하는 타입이니까요. 자기는 죽어도 남한테 좌우되기 싫어하면서. 오오 남자의 권력욕이란, 남은 내 말을 들어도 나는 남 말 안듣겠다니 이 무슨 치사한. 반항심으로 똘똘 뭉친 이 남자는 남이 하는 대로 하는 건 싫으니 그 중간쯤 되는 답으로서, 결과에 대한 주도권이 아니라 선택에 대한 주도권을 휘어잡는다는 선택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거기다 정장… 정장. 누군가에게 첫 정장을 선물받는다는 것은 아무래도 의미가 있는 일이겠습니다. 하하 적어도 제 안에서는 그렇습니다. 사주는 사람에게나 받는 사람에게나. 저도 최근에 정장을 받았습니다… 좀 이러저런 사정이 있어 저는 노카운트로 계산하고 있습니다만.

그러고보니 옛날 만화 중에 한 악당이 여주인공 옆에 선 다음 키스를 해버리고는 '우하하 이걸로 얘 첫키스는 영원히 내꺼다, 약오르지?' 하고 도발하는 장면이 생각나는군요. 어렸을 적 그 장면을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아마 교수는 지금쯤 그런 재미를 즐기고 있을 겁니다. 휴렌의 부모에 대해서. 정장 입은 적이야 없을 리도 없겠습니다만 이 경우는 사회적인 의미에서, 라는 걸로. 삼촌 사기는 그런 연장선에서 해석해주시면 좋겠군요. 좀 설득력있게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어렵더라고요. 하하.

아아, 마콥스(…). 마;콥스∽제이;크는 넘어가주세요. 일단 첨부하자면 LVMH는 회사명 전체의 약자고, 까미유는 그의 파트너 중 한 명으로 제 기억력이 맞다면 엑세서리, 모노그램 쪽으로 유명하고, 그가 실제로 …라는 이야기는 거의 정설입니다. 휴렌은 오늘 운이 좋았다고 치죠(…). 또 그림 이야기는 그가 외부 아티스트(디자이너가 아닌)와의 협력작업이나 전시회 감상 등을 통해 영감을 얻는다는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최근 본 작품마다 이상하게 그의 이름이 자주 나오길래 핫핫 저도 겸사겸사. 그에 대한 다큐멘터리도 재밌게 봤고 해서. 사랑입니다, 사랑. 삐뚤어졌지만.

뭐 굳이 계기를 찾자면 역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영화를 보다보니 그런 쪽을 잘 모르는 저조차 눈이 휘둥그래지고 가슴이 뛰고 다리가 풀리더군요. 저, 저것이 명품인가! 그런 충격을 느낄 수 있도록 의도한 셋팅이기에 더더욱 그랬겠습니다만… 여전히 명품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데다가 천지개벽후 누가 선물이라도 주지 않으면 써 볼 일도 없는 접니다만. 그런 것과는 별개로 감동받은 것은 분명한 사실. 그 때의 감동을 좀 어떻게 해보려고 했는데, 아시다시피 묘사력이라는게… 하하.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하는 건 패션 피플인 제 동생이랑 했던 이야기. 아르마니가 청바지도 만든다는 걸 모른다는 사람도 있지 후후후~ 그렇지, 하하하;;; 하던 것은 어린 날의 좋은 추억입니다. 그런데 LVMH에서는 실제로 여성복과 가방 위주죠 말할 것도 없이. …어?
쓰고 보니 그러면 루드 교수는 특정 브랜드를 애용하는 패션 피플이 되는 걸까요. 뭔가 이미지가 조금 바뀔 듯 안 바뀔 듯. 허허.

말이 정말로 길어졌군요. 자자, 정리 정리!

긴긴 마감(…) 어찌 말씀을 드려야할지 도무지 상상도 안 가서 이렇게 말이 길어지고 말았습니다.
왜… 왜 말을 못해! 입 없어? 소리 못 질러? '미안하다'는 말을 왜 못해?
위의 이 길고 긴 말은 모두 저 한 마디를 위해.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저 끼워주신 거에 대해선, 아마 여러분은 짐작도 못하실 만큼 저는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 기억을 잊는 일은 없겠지요. 인간으로서.
덧붙여 아마 저한테 다시 턴이 돌아올 일은 없을거라 저는 믿으니까(…), 다음 타자에게 힘내라는 말씀 전해드립니다.

휴렌에 루드 교수에 아버님에 듀크 공작에 알비 치렐리에, 저 때문에 이야기에 등장하게 되고 또 성격이 이상해진 많은 남성분(…)들께 감사와 사죄의 말씀을. (아마 기억도 못하실) 간호 선생님, 하녀 여러분, 학생회 선배 아가씨들, 점술 아가씨들, 미즈 버터플라이, 그리고 이번에 나오신 사모님을 포함한 뭇 여성분들. 특히 사모님께서는 너무도 소중하셔서 제깟놈이 감히 무슨 말씀을 드리겠사옵니까. HWP 최강전설 무아 위라니, 그것은 이미 지고의 존재. 오오 그저 뜻대로 하시옵소서.
Domina vincit, Domina regnat, Domina Domina imperat.
(사모님께선 승리하시고, 사모님께선 지배하시며, 사모님 사모님께선 군림하십니다)

하하 다시 한 번 정리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연재는 바라옵나니 새로운 세계에서.
그리고 졸업하신 지*양(혹시 몰라서 한 글자 생략), 졸업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추신 : 아아,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밀고있는 것은 역시 빵집에 영구취직이로군요. 아마도 휴렌이라면 제국을 넘어 대륙 전체에 제빵업계의 혁명 제국 파X바게트를 건설할 수 있을 것으로 저는 믿어 의심치 않습…(거기까지)

추신2 : 그랜드 피날레 대 기대중. …이렇게까지 썼는데 설마 HWP 다음화가 또 오진 않겠지(…)

추신3 : 본 작품은 특정 인물 및 단체, 특히 MIB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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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부엉이곰